'단 9분 연설'…파월 말 한마디에 7000조 날아갔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2-09-04 11:24   수정 2022-10-04 00:01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잭슨홀 회의'에서 고강도 금융긴축을 시사한 지 일주일 만에 글로벌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4조9000억달러(약 6679조원) 감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월26일 파월 의장의 강연 이후 지난 2일까지 6거래일 동안 글로벌 시가총액이 4조9000억달러 감소하면서 100조달러선이 무너졌다"고 4일 보도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금융긴축에 나선 지난 6월 중순 이후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긴축고삐 늦춘다' 낙관론 후퇴


잭슨홀 회의 이후 일주일 만에 다우존스지수는 약 6%, 닛케이225지수는 약 3.5% 하락했다. 미국증시의 시가총액은 42조7000억달러로 3조달러, 유럽증시 시가총액은 13조8000억달러로 5000억달러 감소했다.

잭슨홀 회의에서 파월 의장은 미국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와 기업에 고통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9분간의 짧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을 46차례나 언급했다. 시장에선 다음달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단행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해 이날 하루 동안에만 뉴욕증시가 3% 이상 급락했다.

파월 의장의 강연을 기점으로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Fed가 경기를 배려해 금리인상의 고삐를 늦출 것이라는 낙관론이 후퇴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채권시장은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했다. Fed 금리정책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3.5%대까지 상승했다. 2007년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다.

독일 국채 2년물 금리는 6월 이후 처음 1.2%대로 올랐다. 오는 8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1.25%로 올리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의 독주가 가속화했다. 달러 당 엔화 가치는 24년 만에 처음 140엔대까지 떨어졌다. 유로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지수는 20년 만의 최고치로 올랐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Fed의 금리인상과 일본의 무역적자로 인해 올해 내내 엔화 약세,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혼란, 당분간 계속될 것"
국제유가와 금 가격이 각각 6%, 3% 급락하는 등 상품가격도 경기후퇴와 인플레이션의 퇴조 가능성을 향해 움직였다.

미국 경제의 건실함을 나타내는 경제지표가 등장하면 세계 주식시장은 오름세를 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은 미국 경제의 건실함이 확인될 때마다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만큼 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시장의 급변동과 함께 세계 경제의 조류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2분기 미국 경제는 역성장했다. 유럽 또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경기후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대책에 따른 도시봉쇄가 반복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마쓰모토 소이치로 크레디트스위스(CS) 일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10~20년간 경기후퇴 가능성이 커지면 Fed가 완화책을 발표해 주가를 부양하던 흐름이 바뀌었다"며 "시장참가자들이 국면 변화를 이해하는데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각국 경제가 금리인상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하면 시장은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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